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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C 대형 프로젝트 분쟁에서 '소송' 또는 '중재'보다 '협상'이 압도적인 이유

1일 전
2분 분량

협상에 의한 타결 (90%)


대형 플랜트 및 인프라를 건설하는 EPC(설계·조달·시공) 산업에서는 수천억 원대의 공사비 증감과 공기 지연(Delay)을 둘러싼 클레임이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외부에서는 이러한 대형 분쟁이 대부분 국제중재법정으로 넘어가 치열한 법적 공방 끝에 최종 판정(Award)을 받을 것으로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실무 현장의 통계와 실상은 전혀 다릅니다. 프로젝트 현장에서 발생한 대형 분쟁 중 중재 판정까지 도달하는 비율은 전체의 5~10% 미만에 불과하며, 90% 이상은 직·간접적인 협상(Negotiation)과 상호 합의(Settlement)로 해결됩니다.   


심지어 공식 중재를 신청(Notice of Arbitration)한 이후라도, 실제 심리가 완료되기 전 단계에서 상호 합의에 도달해 중재를 중도 취하하는 비중이 절반 이상을 차지합니다. EPC 시장에서 중재 대신 협상이 압도적 우위를 점하는 4가지 핵심 원인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중재의 막대한 비용과 시간적 부담 (Cost & Time Friction)

국제 상사 중재(ICC, SIAC, LCIA 등)는 최종 판정까지 상상을 초월하는 자원과 시간을 요구합니다.


  • 시간 소요: 글로벌 건설분쟁 보고서에 따르면 건설·EPC 중재의 평균 해결 기간은 보통 18개월에서 길게는 3~5년 이상 걸립니다.


  • 막대한 비용: 로펌 변호사 수임료, 공정 분석 전문가(Delay Expert) 및 원가 감정인(Quantum Expert) 비용, 중재인단 수수료 등으로 수십억에서 많게는 수백억 원의 법률 비용이 지출됩니다.


비용과 시간의 소모는 양사 모두에게 심각한 재무적 부담을 주므로, 중재 절차 초기나 중재 청구서(Statement of Claim) 교환 단계에서 '비용 실리'를 따져 협상으로 회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2. 재무적·회계적 불확실성 제거 (Financial Uncertainty)

상장 EPC 시공사와 발주처 모두에게 분쟁의 장기화는 회계 장부상 치명적인 리스크가 됩니다.


  • EPC사 관점: 발주처로부터 받지 못한 미수금이 장기 미수채권으로 남게 되면 대손충당금을 설정하거나 손실 처리를 해야 하여 주가 폭락과 신용등급 하락으로 이어집니다.


  • 발주처 관점: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을 실행한 대주단(Lenders)과의 계약 조건상 대형 중재 분쟁이 계류 중이면 리파이낸싱이나 시설 운영 자금 조달에 차질이 발생합니다.


양측 경영진은 판결 결과가 나오기까지 수년간 불확실성을 안고 가기보다, 확정된 금액으로 지금 즉시 장부를 정산(Settlement)하는 것을 선호하게 됩니다.


3. 중재판정부의 '절충적 판정' 위험성 (Risk of Split Awards)

국제 중재판정부(Arbitral Tribunal)는 100:0 형태의 완전 승소 판정을 내리는 경우가 드뭅니다. EPC 프로젝트의 지연은 발주처의 지시 지연과 시공사의 실행 지연이 얽혀 있는 동시 지연(Concurrent Delay) 형태가 많기 때문입니다.


결국 중재판정부는 양측의 책임을 나누어(예: 60:40) 공기 연장(EOT)은 일부 인정하되 간접비(Prolongation Cost)는 대폭 감액하는 방식의 절충적 판정을 내릴 확률이 높습니다. 1,000억 원의 클레임을 청구해 3년 뒤 300억 원만 인정받을 위험을 감수하느라 중재 비용을 쓰기보다, 현재 시점에서 400~500억 원 선으로 협상 타결을 보는 것이 경제적으로 이득입니다.


4. 후속 사업 및 파트너십 유지 (Relationship & Reputational Risk)

EPC 산업은 시장 참여자가 한정되어 있어 평판과 네트워크가 승패를 좌우합니다.


  • EPC사: 해당 국가나 발주처를 상대로 강경 중재를 끝까지 밀어붙일 경우, 향후 해당 지역이나 유사 프로젝트 입찰에서 블랙리스트에 오르는 위험을 감수해야 합니다.


  • 발주처: 플랜트 준공 이후에도 시공사의 핵심 기술 지원, 기자재 보증, 유지보수(O&M) 협력이 필수적이므로 관계가 완전히 파탄 나는 상황을 피하고자 합니다.


주요 참고 문서 및 레퍼런스 (References)

실무 통계 및 분석 자료는 아래의 주요 국제 기관 리포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1. Arcadis Global Construction Disputes Report

    글로벌 컨설팅 기업 Arcadis에서 매년 발표하는 보고서로, 건설 분쟁의 평균 소요 시간, 분쟁 원인 및 주요 해결 수단(합의 vs 중재)에 대한 통계를 제공합니다.


  2. ICC Dispute Resolution Statistics (국제상업회의소 중재 통계)

    세계 최대 중재 기관인 ICC의 연례 통계 보고서로, 접수된 건설/EPC 분쟁 건수 및 중재 중 합의(Settlement)로 인해 취하되는 사건 비율 등의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3. FIDIC Dispute Avoidance and Adjudication Guidance

    국제컨설팅엔지니어링연맹(FIDIC)의 분쟁 회피 및 심의(DAB/DAAB) 표준 가이드로, 중재 이전 단계에서의 당사자 간 협상 및 합의 권고 프로세스를 다룹니다.



전략적협상연구소/SNRLAB 이성대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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