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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TNA부터 MESO, 조건부 계약까지: 협상 준비를 표준화하는 방법

기업 협상의 성과 편차는 대부분 협상가 개인의 능력 차이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협상 준비의 구조화 수준과 의사결정 프로세스의 일관성 부족에서 발생한다. 특히 글로벌 거래, EPC/프로젝트 계약, 핵심 고객·공급사 협상과 같이 이해관계자가 복잡한 협상에서는 협상 역량이 개인의 경험에 의존할수록 재현 가능성이 낮아지고 리스크가 증가한다.

본 글은 통합적 협상(Integrative Negotiation)의 핵심 원리를 기반으로, 협상 준비 단계에서 반드시 점검해야 할 10가지 항목을 체크리스트 형태로 제시한다. 해당 체크리스트는 가치 창출(Create Value)과 가치 확보(Claim Value)의 균형을 실무에서 구현하도록 설계되었으며, 조직 차원의 표준 프로세스로 적용할 경우 협상 결과의 일관성과 계약 이행의 안정성을 동시에 개선할 수 있다.


협상 준비 하는 방법

1. 문제 정의: 왜 협상 성과는 조직 내에서 재현되지 않는가


다수 기업에서 협상 역량은 교육과 경험을 통해 개인 단위로 축적된다. 그러나 협상 성과는 개인 단위로 축적되는 지식과 달리, 조직 성과로 자동 전환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협상 준비가 표준화되어 있지 않으면 협상가는 동일한 상황에서도 서로 다른 프레임으로 협상에 접근한다.둘째, 협상은 복수의 이해관계자와 의사결정자의 참여로 이루어지며, 개인의 협상 기술만으로는 내부 정렬(alignment)을 담보하기 어렵다.셋째, 글로벌 협상 환경에서는 시차, 언어, 문서 기준, 법적 관할 등 협상 외적 요인이 협상 비용과 리스크를 증가시키며, 이는 개인의 역량으로 해결되기 어렵다.

따라서 협상 역량의 핵심 과제는 협상가 개인의 스킬 향상이 아니라, 협상 준비를 조직이 공유할 수 있는 구조로 전환하는 데 있다.


2. 개념적 배경: 통합적 협상(Integrative Negotiation)의 핵심 원리


통합적 협상은 가치 창출과 가치 확보의 균형을 전제로 한다. 가치 창출은 다중 의제(multi-issue) 환경에서 당사자의 선호 차이를 활용해 파이를 확장하는 과정이며, 가치 확보는 BATNA, 앵커링, 실행 설계 등을 통해 합의 결과가 일방적으로 불리해지지 않도록 통제하는 과정이다.

통합적 협상에서 중요한 점은 “협력”이 목표가 아니라 “성과”가 목표라는 점이다. 협력은 가치 창출을 위한 수단이며, 가치 확보 장치가 없는 협력은 결과적으로 협상력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


3. 통합적 협상을 위한 10가지 협상 준비 체크리스트


본 체크리스트는 협상 개시 전 단계에서 수행되어야 하며, 조직 내 의사결정자와 협상 실무자가 동일한 언어로 협상을 점검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1) BATNA 분석 및 강화


협상력의 가장 중요한 원천은 협상 결렬 시에도 선택 가능한 대안(BATNA)의 존재이다. BATNA는 단순히 “있다/없다”의 문제가 아니라, 협상 전 단계에서 강화될 수 있는 자산이다. BATNA가 강할수록 협상가는 조급함을 줄이고, 이는 협상 과정에서 상대에게 신호로 전달된다.


2) 협상 프로세스(절차) 협상

협상 실패의 상당 부분은 내용보다 절차에서 발생한다. 회의 일정, 참석자 구성, 의제 순서, 승인권자 확인, 문서 기준 언어 및 버전 관리가 정리되지 않으면 협상은 비효율과 오해로 이어진다. 글로벌 협상에서는 시차와 커뮤니케이션 채널의 혼선이 협상 비용을 실질적으로 증가시킨다.


3) 라포(rapport) 형성

라포는 관계 형성의 부가 요소가 아니라, 정보 교환과 협력적 문제 해결을 촉진하는 기능적 장치이다. 특히 비대면 협상에서는 짧은 초기 대화가 상대의 방어 수준을 낮추고 협상 효율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4) 적극적 경청(Active Listening)

통합적 협상은 상대의 입장(Position)보다 이해관계(Interest)를 파악하는 과정이다. 경청은 단순히 듣는 행위가 아니라, 상대의 제약 조건, 우선순위, 감정 상태를 구조화해내는 능력이다. 이는 가치 창출을 위한 정보 기반을 제공한다.


5) 질문 설계

질문은 협상에서 정보 획득의 핵심 수단이다. 예/아니오 질문이나 유도 질문은 상대를 방어적으로 만들 수 있다. 반면 중립적 개방형 질문은 상대의 우선순위, 내부 승인 구조, 제약 조건을 드러내며 협상 옵션 설계에 기여한다.


6) 트레이드오프(Trade-off) 탐색

통합적 협상은 다중 의제를 전제로 한다. 당사자 간 선호 차이를 파악하고, 상대가 높은 가치를 두는 요소(내가 낮은 비용으로 제공 가능한 요소)와 교환하면 상호 이익을 확대할 수 있다. 단일 이슈 중심 협상은 협상 결과를 제로섬으로 축소시킨다.


7) 앵커링(Anchoring) 편향 관리

첫 제안 또는 첫 숫자는 협상 범위를 결정하는 기준점이 된다. 협상가는 가능하면 유리한 앵커를 설정해야 하며, 상대의 공격적 앵커가 제시될 경우 BATNA와 목표 범위를 재확인하여 편향의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


8) MESO(Multiple Equivalent Simultaneous Offers) 활용

동등한 가치의 복수 제안을 동시에 제시하는 MESO는 협상 교착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다. 또한 MESO는 상대의 선호 구조를 빠르게 파악할 수 있는 정보 탐색 장치이며, 협상을 ‘거절’ 중심에서 ‘선택’ 중심으로 전환한다.


9) 조건부 계약(Contingent Contract)

협상 교착은 미래에 대한 전망 차이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조건부 계약은 이러한 불확실성을 “논쟁”이 아닌 “설계”로 전환한다. 성과, 일정, 품질 등 미래 변수에 대해 인센티브와 페널티 구조를 설계하면 합의 가능성이 증가한다.


10) 실행(Implementation) 단계 설계 및 분쟁 대비

협상의 목표는 계약서 서명이 아니라 실행과 성과이다. 따라서 마일스톤, 점검 회의, 변경 관리 규칙, 분쟁 해결 조항(조정·중재·관할)을 포함해야 한다. 특히 글로벌 계약에서는 준거법 및 관할 설정이 리스크 비용을 크게 좌우한다.



4. 조직 관점의 시사점: HR과 경영진의 역할


본 체크리스트는 개인 협상가의 역량 강화를 위한 도구이면서 동시에 조직 표준화를 위한 도구다. HR과 경영진이 주목해야 할 지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협상 교육은 스킬 훈련에 그칠 경우 성과로 연결되지 않는다. 교육 이후 협상 준비 문서와 승인 프로세스가 표준화되어야 한다.둘째, 협상 결과의 편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협상 준비의 품질을 사전에 점검할 수 있는 조직적 장치가 필요하다.셋째, 협상 준비 프레임워크는 조직의 리스크 관리 체계와 직접 연결된다. 특히 프로젝트 계약과 글로벌 거래에서 실행 설계는 비용을 결정하는 변수다./



결론


통합적 협상은 가치 창출과 가치 확보의 균형을 요구한다. 이를 실무에서 재현 가능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BATNA, 프로세스 협상, 라포, 경청, 질문, 트레이드오프, 앵커링, MESO, 조건부 계약, 실행 설계라는 10가지 요소가 체크리스트 형태로 표준화되어야 한다. 협상 역량이 개인에게 머무르는 조직은 동일한 손실을 반복한다. 협상 준비를 조직의 언어로 전환할 때, 협상은 경영 역량이 된다.



Q1. 통합적 협상(Integrative Negotiation)이란 무엇인가?

통합적 협상은 협력적으로 가치를 창출해 파이를 확장한 뒤, 경쟁적으로 가치를 확보해 자신의 이익을 보호하는 협상 방식이다.


Q2. 협상 역량이 개인기에 머물면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가?

협상 결과가 사람에 따라 달라지고, 리스크 관리가 불안정해지며, 동일한 손실이 반복된다. 특히 글로벌·프로젝트 협상에서 비용이 누적된다.


Q3. BATNA는 왜 협상력의 핵심인가?

BATNA는 협상 결렬 시 선택 가능한 최선의 대안이며, BATNA가 강할수록 협상가는 조급함 없이 협상할 수 있다. 이는 상대에게도 신호로 전달된다.


Q4. MESO는 무엇이며 왜 효과적인가?

MESO는 동등한 가치의 복수 제안을 동시에 제시하는 방법이다. 협상을 거절 중심에서 선택 중심으로 전환하고 상대의 선호를 빠르게 파악하게 해준다.


Q5. 조건부 계약(Contingent Contract)은 언제 필요한가?

미래 전망 차이로 협상이 교착될 때 필요하다. 일정, 성과, 품질 등 미래 변수에 대해 인센티브·페널티 구조를 설계하면 합의 가능성이 높아진다.


Q6. 협상에서 앵커링(Anchoring)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첫 숫자나 첫 제안은 협상 범위를 강하게 끌어당긴다. 앵커링 편향을 통제하지 못하면 협상은 시작부터 불리한 범위로 들어간다.


Q7. 실행(Implementation) 설계는 왜 협상에 포함되어야 하는가?

협상의 목표는 계약서 서명이 아니라 실행과 성과다. 마일스톤, 점검 회의, 변경 관리, 분쟁 해결 조항이 없으면 합의는 쉽게 붕괴한다.


Q8. 생성형 AI는 협상 준비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가?

AI는 협상 결정을 대신하기보다, 협상 준비 문서를 구조화하고 시나리오 비교, 리스크 점검, 옵션 추천을 지원하는 데 효과가 크다.


SNRLAB 전략적협상연구소 이성대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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