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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 준비 는 언제 부터

  • 작성자 사진: SNRLAB
    SNRLAB
  • 2025년 8월 25일
  • 4분 분량

최종 수정일: 2025년 8월 30일


다음의 실패 사례를 통해, 협상 준비는 언제 부터 하는 것이 좋은 지 한번 분석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컨텐츠는 Deepak Malhotra의 HBR 아티클 Control the Negotiation Before It Begins (2015.12) 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보이지 않는 균열

협상 준비

1. 시작부터 어긋난 무대


나는 오랫동안 글로벌 전자부품 기업 엘리슨(가칭)의 협상 과정을 지켜보았다. 이 회사는 아시아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었으나, 원자재 가격 급등과 생산 비용 압박으로 새로운 공급 파트너와 장기 계약을 체결해야만 하는 상황에 몰려 있었다. 상대는 유럽에 본사를 둔 노바텍(가칭)이라는 대기업이었다. 노바텍은 기술력과 자금력 모두에서 우위를 가진 회사였고, 이번 계약이 성사되면 엘리슨은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할 수 있었다.


첫 회의는 깔끔하게 준비된 회의실에서 열렸다. 양측 대표가 악수를 나누고 자리에 앉는 순간, 모두가 긴장과 기대 속에 있었다. “오늘은 큰 진전을 보게 될 것이다.” 엘리슨의 협상팀장은 이렇게 말하며 회의를 시작했다. 그러나 그날 논의는 곧 혼란으로 빠져들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누가 최종적으로 의사결정을 하는지, 어떤 절차로 논의가 진행되는지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참 논의가 무르익자 노바텍의 법무 담당자가 느닷없이 등장해 전혀 다른 조건을 제시했다. 이미 합의한 듯 보였던 내용은 하루아침에 무효가 되었다. 엘리슨 측은 당혹스러워했지만,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하지 못했다. 그들은 애써 표정을 감추며 다시 협상을 이어갔다. 그 순간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 작은 균열이 협상의 판도를 바꿀지도 모른다.”


2. 불신으로 변해간 일상적 충돌


몇 주가 지나면서 대화는 점점 복잡해졌다. 생산 일정, 환율 변동, 품질 기준, 법적 리스크 등 다양한 의제가 얽히자 논의는 길어졌고, 자주 지연되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양측 모두 이러한 지연과 충돌을 정상적인 과정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엘리슨 팀은 속으로 “노바텍이 시간을 끌며 우리를 압박하는구나”라고 의심했다. 반대로 노바텍은 “엘리슨은 준비가 부족하고 진정성이 없다”고 불평했다. 작은 일정 차질이나 오해가 쌓일수록 두 회사 사이의 신뢰는 점점 희미해졌다. 나는 회의실 구석에서 이 장면을 보며, 그들이 서로를 파트너가 아닌 잠재적 적대자로 인식하기 시작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 한 번은 기술 사양에 대한 사소한 질문이 오갔는데, 노바텍 측 엔지니어가 “그건 이미 설명드린 부분입니다”라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엘리슨 팀장은 애써 웃으며 넘어갔지만, 회의가 끝난 후 복도에서 동료에게 이렇게 속삭였다. “우리를 무시하는 것 같아. 이건 협상이라기보다는 심문이야.” 그 말 속에는 쌓여가는 불신과 피로가 고스란히 배어 있었다.


3. 보이지 않는 지도와 흐트러진 틀


협상 막바지에 이르러 상황은 더욱 꼬였다. 엘리슨 팀은 오직 노바텍의 협상대표만을 상대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실상은 달랐다. 뒤늦게 알게 된 사실이지만, 계약 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또 다른 이해관계자가 다수 존재했다. 유럽 본사의 재무부, 현지 정부 규제 당국, 심지어 노바텍의 다른 협력사까지 얽혀 있었다. 엘리슨의 협상 지도에는 단 하나의 점만 표시되어 있었던 셈이다.


게다가 심리적 프레임 역시 치명적으로 어긋나 있었다. 엘리슨은 가격을 중심으로 논의를 전개했지만, 노바텍은 장기적 가치와 시장 내 영향력을 더 중시했다. 서로의 언어는 끝내 교차하지 않았다.


특히 마지막 회의는 기억에 오래 남는다. 엘리슨은 최대한 가격을 낮추려 애썼고, 노바텍은 “우리가 원하는 건 단순한 단가 협상이 아니다. 파트너십의 미래를 보자”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엘리슨의 대표는 오직 비용 절감에만 매달렸다. 그 결과 분위기는 급속히 냉각되었다. 양측은 서로를 설득하기보다, 상대의 주장을 반박하는 데 더 많은 에너지를 쏟았다. 그 순간 나는 직감했다. 이 협상은 더 이상 이어지기 어렵다는 것을.


4. 남겨진 질문


몇 달간 이어진 협상은 결국 결렬되었다. 노바텍은 다른 공급처와 계약을 체결했고, 엘리슨은 심각한 원가 압박에 직면했다. 회사 내부에서는 “우리가 뭘 잘못했는가”라는 자책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누구도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나는 그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 사람으로서, 여전히 마음에 남는 질문이 있다.


  • 과연 이 협상은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 절차를 분명히 하지 않은 탓일까,

  • 작은 갈등을 정상으로 받아들이지 못한 탓일까,

  • 이해관계자의 지도를 그리지 못한 실수일까,

  • 아니면 협상의 심리적 틀을 잘못 잡은 것일까?


[ 아래 내용은 위 스토리를 중심으로 해설 한 것입니다.]


협상은 시작되기 전에 무너진다


엘리슨–노바텍 사례와 Malhotra의 교훈


1. 절차의 부재 – 누가 결정권자인가


엘리슨과 노바텍 협상의 첫 균열은 의사결정 절차가 명확하지 않았던 점에서 시작되었다. 합의에 가까워졌다고 생각한 순간, 노바텍 본사의 법무 담당자와 재무 임원이 갑작스럽게 개입하면서 기존 논의가 무효화되었다. 이는 Malhotra가 강조한 “협상 절차를 합의하라(Negotiate Process Before Substance)” 원칙을 무시한 결과다. 협상 내용보다 절차를 먼저 정리하지 않으면, 예기치 못한 의사결정자의 등장은 필연적이며, 그동안 쌓아온 신뢰는 순식간에 무너진다.


엘리슨이 협상 초기에 “누가 최종 결정권자인지, 어떤 단계로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지”를 문서화했다면, 협상은 더 안정된 기반 위에서 진행될 수 있었을 것이다.


2. 정상화의 실패 – 갈등을 위기로 해석하다


협상 과정에서 발생한 지연과 충돌은 본질적으로 정상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양측 모두 이를 “상대의 불성실함”으로 해석했다. 엘리슨은 노바텍이 시간을 끌며 압박한다고 의심했고, 노바텍은 엘리슨이 준비가 부족하다고 불평했다.


이는 Malhotra가 말한 “과정을 정상화하라(Normalize the Process)” 원칙을 무시한 것이다. 만약 두 회사가 초기에 “갈등과 지연은 협상의 일부”라는 인식을 공유했다면, 불필요한 불신을 줄이고 협상 테이블을 유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협상가는 충돌이 불가피하다는 사실을 미리 인정시켜야, 갈등이 곧 파국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3. 지도 없는 협상 – 보이지 않는 이해관계자


엘리슨은 오직 노바텍 협상대표만 상대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실제 영향력은 유럽 본사 재무부, 현지 규제기관, 기존 파트너사 등 다층적으로 얽혀 있었다. 뒤늦게 알게 된 이 사실은 협상 전략을 혼란에 빠뜨렸다.

Malhotra의 세 번째 원칙 “협상 공간을 지도화하라(Map Out the Negotiation Space)”가 무시된 것이다. 협상 상대만을 바라보는 좁은 시야는 전략적 실수를 낳는다. 모든 이해관계자의 네트워크를 미리 매핑하고 영향력을 분석했더라면, 엘리슨은 협상 순서와 우선순위를 재조정할 수 있었을 것이다.


4. 틀을 잃은 대화 – 가격 vs 가치


마지막 라운드에서 협상은 완전히 틀어졌다. 엘리슨은 비용 절감에만 집착했고, 노바텍은 장기적 가치와 파트너십을 강조했다. 두 회사의 프레임은 끝내 교차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엘리슨은 스스로를 열등한 입장에 두며 “우리에게 기회를 달라”는 방식으로 대화했다.


이는 Malhotra가 강조한 “프레임을 통제하라(Control the Frame)” 원칙을 지키지 못한 전형적인 사례다. 협상을 가격의 문제가 아니라 가치의 문제, 열등감이 아니라 평등감의 관점으로 틀을 전환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다.


결론 – 협상은 테이블 위에서가 아니라, 그 이전에 결정된다


엘리슨–노바텍 사례는 협상이 왜 실패했는지를 보여주는 교과서적 장면이다. 절차 합의, 정상화, 지도화, 프레임 통제라는 네 가지 기본기를 소홀히 한 결과, 협상은 테이블에 앉기도 전에 무너졌다.

Malhotra가 말했듯, 협상가는 단순히 상대의 제안을 받아치는 전술가가 아니라 게임의 규칙을 설계하는 전략가가 되어야 한다. 협상은 시작된 순간이 아니라, 시작되기 전에 이미 승부가 난다.



SNRLAB 이성대 소장의 Tip

실제로 협상의 성사는 협상 테이블에서 보다 준비 단계에서 이미 많은 것들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협상 테이블에서는 그러한 것을 바탕으로 진행 하면서 조율하면서 합의를 일어 갑니다. 혹은 협상 테이블에서 큰 부분이 서로 다르게 합의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런 것들은 사전의 협상 준비 단계에서의 성과들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노련한 협상가는 협상이 시작 하기 전에 이미 협상의 틀과 방향을 잘 맞추어 놓는 사람들입니다.


SNRL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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