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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타민 처럼 협상역량이 결핍될 때 일어나는 일


협상 교육을 하러 다니면서 초반에 꼭 하는 질문이 있다.

협상 역량

"여러분! 협상은 이제 직장 생활에서 빠질 수 없는 부분이 되었습니다. 일을 하시면서 협상을 직간접적으로 하시는 분 손들어 보세요"

협상 과정을 참석한 분들이어서 인지 거의 2/3 이상이 손을 든다. 어떨 땐 세어 볼 필요도 없이 많은 수가 손을 든다. 그리고 나서 이어서 다음 질문을 한다.

"자, 여러분 이제까지 직장 생활을 하면서 협상 교육을 4시간 이상 받아 보신 분 손들어 보세요."

반응은 회사나 기관마다 다르지만 대부분 100명이 있으면 2명 이하로 손을 든다.

아무도 손을 들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런 저조한 결과를 예상을 했다는 듯이 나는 다음 질문을 한다.

"그럼 협상 관련 책을 1권 이상 완독 하신 분은?"

역시 100명 중 약 1-2명이 손을 든다.

그래도 자신들에게 협상 교육이 필요할 것 같아 모인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협상에 대한 이전의 교육 과정이나, 책을 통한 지식 습득을 한 경우는 전체의 1-2% 내외인 셈이다.

(그동안 여러 많은 기관들이 협상 과정을 운영했고, 서점에 협상 관련 서적이 너무나 많이 있음에도 상당히 놀라운 낮은 비율만이 협상에 대한 사전 지식이 있는 셈이다.)

만일 협상역량이 본능적으로 혹은 DNA로 우리 몸속에서 이미 존재하고 있거나 혹은 뇌세포가 생겨 나면서 저절로 세포 속에 생긴 것이 아니라면, 우리는 협상에 대하여 일생 동안 한 번도 배운 적이 없으면서도 매일 협상이라는 도구를 사용하는 셈이 된다.

협상을 하나의 영양소로 표기하여 Ng라고 한다면, Ng가 상당히 결핍된 상태에서 협상을 하게 되는 것이다.

비타민으로 따지자면, 필수 비타민인 C, B 혹은 D가 결핍된 상태에서 중요한 활동을 하는 것이다.

초등학교 때 배운 바와 같이 C, B 혹은 D가 결핍된 상태에서는 일상적 활동은 가능하지만 활동의 제약과 상당한 부작용이 뒤따른다.

그렇다면 대부분 직장인의 1/2에서 2/3 이상이 하고 있는 협상 업무가 Ng (협상 역량) 없는 상태에서 하게 되면 어떤 현상이 일어나는가? 아래의 현상 들은 20여 년간 실무 및 교육을 해 오면서 정리된 것이다.

 

1. 협상을 하다가 머릿속이 하얗게 되는 혼수상태와 유사한 상황이 온다.

많은 수의 사람들은 협상에 참여하지만, 상대가 내가 예상하지 못한 말을 꺼내거나 혹은 내가 주장하는 바를 전혀 받아들이지 않으면 머리 속이 하얗게 되는 기이한 현상을 경험한다고 한다. 즉, 눈은 떠 있지만 아무런 생각이 나지도 않고 생각할 수도 없는 일시적 coma 상태가 온다.

이 현상은 상당 시간 지속되며 이 혼수상태와 같은 시간 동안 상대의 말소리는 잘 들리지 않는다. 스스로 괴롭기 때문에 협상이 빨리 끝나기만을 기다린다. 사실 아무런 판단도 할 수 없고 해서는 안되지만 일부는 참지 못하고 자신도 모르게 상대의 말에 동의하기도 한다. (그럴 경우 사실 후회하게 되나, 그 당시 자신이 coma 상태였다고 인정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그런 자신이 무능한 것으로 평가되기 싫기 때문이다.)

2. 협상을 하다가 분노조절 장애 상태가 온다.

많은 수의 사람들이 협상 도중에 감정 조절에 실패한다고 한다. 상대가 내 말에 동의하지 않거나, 내가 상당한 설득용 자료를 전달했음에도 상대는 나에게 설득당하지 않아 슬슬 화가 나기 시작하고 급기야 분노 조절 장애 상태가 도래한다.

상대에게 절대 해서는 안될 말을 하게 되거나, 목소리를 높이거나 혹은 상대에게 너무나 치명적인 공격용 말을 퍼붓게 된다.

혹은 그 반대의 현상이 벌어지기도 한다. 극심하게 우울해지거나 디프레스(depress) 되기 시작한다. 걷잡을 수 없이 우울해지고 일 자체를 부인하거나 자신을 무능하게 생각하기 시작한다. 상대가 압박하거나 달래면 바로 상대에게 굴복한다.

이러한, 분노 조절 장애 상태는 상당한 시간이 지나서야 정상적인 상태로 돌아오게 되고 그때서야 자신이 얼마나 후회스러운 일을 했는지 자각하게 되고, 상당 기간 협상 업무를 기피한다.

 

3. 통 큰 협상을 자주 하게 된다.

많은 수의 사람들은 상대와 협상이 길어지거나, 협상 진행에 초조해 지거나 하는 경우 협상을 빨리 끝내고자 하는 강한 욕구가 생긴다고 한다. 그러한 경우 협상에 더 이상 시간을 쓰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한다. 그런 경우에도 상대는 그러나 협상을 빨리 끝낼 생각이 없어 보인다면 자신에게는 협상을 빨리 끝내려는 욕구를 더 자극한다.

이러한 상황이 조금 더 지속되면, 이른바 통 큰 협상을 생각하게 된다. 스스로를 통 큰 사람으로 포장시키고 협상을 빨리 끝내는 방안으로 통 큰 협상이라는 것을 하게 되는데, 결국은 상대가 요구하는 것을 대부분 들어주는 양보를 하게 된다.

이 통 큰 협상을 하는 경우는 주로 지위가 높은 사람들인데, 스스로 협상이라는 중압감을 이겨내지 못하고 상대에게 양보를 한 다음 조직 내에서 이를 통 큰 협상 혹은 전략적 양보로 포장한다.

통 큰 협상을 자주 하게 되고, 이러한 사람들이 조직 내 많아지면 대부분 사람들이 이를 따라 하게 되고 이 조직은 빠른 시일 내에 결국 망하게 된다.

정리하자면, 비타민이 없더라도 상당 기간 활동은 가능하나 결국 부작용을 겪게 되거나 사망에 이른다. 마찬가리로, 우리가 업무를 잘 하기 위해 필요한 협상 영양소 Ng 가 만일 결핍된다면 결과는 좋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협상을 배우거나, 스스로 학습하지 않는가? 그 이유는 거의 대부분 같다.

비타민을 먹지 않는 사람들은 비타민이 필요 없다고 생각하듯이, 협상도 우리 머리 속에 원래 있거나 혹은 필요 없는 능력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협상이라는 역량은 절대로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비타민이 우리 몸 속에서 저절로 만들어 지지 않는 것과 같다.

끝.

www.snrla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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